2015-3-8(사순 제3주일) 10:30
가톨릭성당 교중미사 강론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아이들을 키워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질문이 참 많습니다. 왜냐하면 보이는 모든 것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 생소하고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엉뚱한 질문도 하지만, 그 질문 안에 어른들이 새겨들어야 할 진리도 숨겨져 있습니다. 한 어린아이가 생전의 김수환 추기경님께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하느님은 어디 계세요?”
그러자 김수환 추기경님은 웃으시면서 손으로 가슴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바로 여기에 계시지.”
보통은 하느님은 하늘에 계신다고 생각할 법한데, 추기경님은 우리 마음 안에 계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답변이 아이에게 어떻게 들렸을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하느님의 존재에 대해서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여기 모인 여러분은 하느님이 어디 계신지 생각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간단하고 쉬운 질문 같지만, 신앙 안으로 들어가보면 굵직한 진리가 담긴 질문임에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나는 얼마나 주님을 찾았고, 얼마나 그분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는지 와 결부되었기 때문에, 추기경님은 하느님이 우리 마음 안에 계신다고 말씀하신 이유는 하느님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나와 함께 계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가 하느님의 성전인가?
즉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라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요한 2,13-25) 안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전이라고 말씀하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염두에 둔 말씀을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요한 2,19 중)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이 말씀은 기존의 성전이 아니라 새로운 성전, 즉 부활한 당신의 몸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위적이고 세속적인 성전이 아니라 정화되고 순결한 성전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까닭은 성전을 기도하고 성화되고 정화되는 곳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과 욕망을 채우는 곳으로 변질되어 갔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속세에 찌든 성전이 아니라 당신의 부활로 인해 새롭게 정화된 성전을 세우시려 합니다. 예수님은 부활 후에 성령강림을 통해 교회를 세우시고, 또 우리 모두를 성령의 궁전으로 삼아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내린 최종결론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전서 3장에서 이러한 주님의 말씀을 확증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1코린 3,16) 여러분은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3,17)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이제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고귀하고 소중한 선물을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셨는데, 우리는 그 선물을 잘 인지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늘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하시길 원하고 계시는데, 우리는 그분의 음성을 잘 듣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안에서 정말 깨어있지 않으면 우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나 자신이 하느님을 체험할 수 없다면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우리 마음 안에 세상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걱정과 근심, 어떤 이에게는 미움과 분노가, 또 어떤 사람에게는 온갖 욕심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그러한 것들이 이미 자리잡았고 또 그것이 너무 크게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내가 하느님의 성전임을 알지 못하고 살아갈 때, 주님과 멀어질 수 밖에 없고, 또한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시각도 차가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마음 안에 있는 것들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을 잘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온갖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야 합니다. 우리가 방 안에 물건들을 자주 정리하지 않으면 방이 어지러워지듯이 우리의 마음도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고 또 정리하지 않으면 그만큼 주님의 현존을 깨달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회개가 필요하고 또 기도가 필요합니다. 회개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금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제껏 욕심과 욕망, 시기와 미움, 걱정과 근심에 가리워져 있던 내가 돌아서서 주님께 다가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회개와 기도를 통해서 주님의 현존을 깨달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지내고 있는 이 사순 시기가 바로 그러한 시기입니다. 나를 돌아보고 잘못이 있다면 회개하고 좀 더 자주 기도하는 시기입니다. 주님께서는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기 위해 나머지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남겨두십니다. 그만큼 주님에게 있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시선을 안으로 돌려야
우리가 주님의 그러한 마음을 안다면 시선을 밖이 아니라 내 안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래서 나를 정화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신 것처럼, 우리도 주님의 성전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합니다. 오늘 하느님은 어디에 계십니까라는 질문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묵상해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성전임을 알고 소중하게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순 제3주일을 맞이해서 이번 한 주간도 주님의 뜻에 따라 잘 살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하고 주님의 은총을 함께 구하도록 합니다. (끝.)
2015-3-8(사순 제3주일) 10:30 전민동성당 교중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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