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란?

고전적인 대학에 대한 정의



교육은 믿음에서 출발한다


지식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그것을 담는 그릇에 따라 전달하는 느낌은 달라진다. 중세의 신학과 근세의 인문학적 지식의 추구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릇의 이름을 '믿음'이라고 명칭붙일 수 있다. 종교적 믿음이 절대적 가치였던 서양의 중세에서 지식은 곧 신학을 일컫는 것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국가주의와 과학적 가치를 추구하던 근대의 교육이 전파하고자 했던 것은 종교적 믿음과 배치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진리를 추구한다는 말은 곧 어떤 그릇에 담겨있는가? 혹은 어떤 믿음에서 출발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객관적'이라고 '객관적'인 게 아니다


'대학의 교육'이란 다른 표현으로 '고등교육'이고, '교육'이란 단어에 부여된 진보적 단계의 최종단계를 '고등교육'이라고 했을 때에 최종단계 교육(고등교육 = 대학교육)의 성질에 따라서 해당 사회의 가치관은 크게 바뀐다. 따라서 사회의 미래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고등교육은 중세시대와 근대시대의 대학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제도적 관점에서 '대학'은 체제의 억압적 요청이 스며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근대 대학이 표방한) 객관적 사실을 추구한다는 표현은 '주관적'이라고 느껴졌던 중세의 (신학적) 가치 추구에 대한 반동적 성격이 다분히 포함되었다는 역사적 배경도 알아야 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의 독자성'


그러나 서양에서 대학이 생겨나고 중세와 근대로 단계를 거쳐오면서 변하지 않은 사실은 '대학'이라는 공간의 독자성에 있다. 무엇보다도 대학은 서양의 중세시대에 생겨난 제도와 공간이다. 그것은 오늘날 전 세계의 '대학'(University 혹은 College)이란 이름으로 통용되는 교육시스템의 특징인 수업방식과 학위제도, 그리고 논문제도에서 드러난다. 중세의 대학이 학문을 체계화시키고 교육시스템의 토대를 마련했던 것이다. 


대학의 정신적 유산 ... 진리의 추구


이러한 물리적 유산과 함께 정신적 유산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속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통찰력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이었다. 그것은 매우 독립적인 노력이었고, 그래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도 많은 대학들은 베리타스(Veritas: 진리)라는 말을 대학의 교훈이나 모토로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진리'란 말은 객관적인 것도 아니고 증명된 것도 아니다. 지식의 창출이란 곧 진리의 추구를 통과한 결과였다.  그것은 치열한 학문적 자세를 요구했고 변증법과 논증법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기도 했다. 특히 '진리의 추구'를 위해서는 세상의 일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다. 대학의 자율과 자치가 필요했다는 말로도 대신할 수 있다.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과 본질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세상과의 비판적인 거리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 간격의 지탱해준 것은 중세시절에는 신학(형이상학)이었고, 근대에 와서는 순수한 과학과 문화적 이념이었다. 물론 권력과 결탁한 대학도 존재했겠지만, 그것을 대학의 자의식으로 보지는 않았던 것이다. 대학의 자의식은 정신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었고, 대학은 정신적 이상을 추구하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1980년대 전후로 시작된 대학의 몰락


오늘날 대학은 자본주의와 결탁되어 있다. 자본주의 체제 내에 포섭되어 있다. 자본주의적 추구는 정신적 이상을 무가치한 것으로 폄훼한다. 한 때는 시대에 대한 비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대학의 전유물로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제 그러한 비판적 거리는 사라져버렸다. 오히려 대학은 자본 창출의 선두기지로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1980년대 전후로, 미국의 레이거노믹스(1980)와 영국의 대처리즘(1979)의 등장과 맥을 같이 한다. 


1989년 소련과 사회주의 계열의 몰락은 신자유주의로 더 극한적인 자본주의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대학은 자본과 경쟁의 체제에 휩쓸려버렸다. 대학에서 '전인교육'이란 단어와 함께 '생산', '경쟁', '창업' 등의 용어가 익숙해진 것이다.  (끝)


대학의 몰락 시리즈 2. | 1장 대학의 현실 … 대학이란.

서보명의 책 <대학의 몰락>에 대한 독후감.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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