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상품이고 교육행위를 무역으로 보는 자본주의
순위경쟁의 함정 속에서 대학은 공장으로 변신 중
국제무역협정이 대학까지 오염시켰다
대학이 순위경쟁의 함정에 빠져가는 과정은 냉전의 종식과 신자유주의 체제가 등장하는 역사적 과정과 같은 선상에 놓여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자본주의는 급속한 세계화의 확신에 들떴고, 국제무역협정은 인간 사회를 통제하는 기구로 등장했다. 이러한 방식이 대학까지 전염시킨 것이다. 세계의 모든 대학을 한 체제 안에서 운영되고 관리되는 것으로 바라보고 종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진 것이다.
고등교육도 상품을 취급하는 무역으로 보는 국제협정
국제무역협정의 조약들에 따르자면, 고등교육도 상품을 취급하는 무역 정도로 간주된 것이다. 그 인식 선상에서 대학 교육의 정책은 WTO 같은 기관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무역협약의 체제가 대변하는 세계화와 자본주의의 급속한 전파는 대학을 기업으로 바꾸길 강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대학으로 몰리는 엄청난 액수의 돈이 있다. 비싼 등록금 학비와 기부금, 그리고 각 분야에서 몰려 들어오는 연구지원금 등은 대학을 천문학적 액수을 보유한 갑부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천문학적 돈이 몰려드는 대학의 셀프 기업화
그래서 대학 교육에 투자되는 엄청난 금액의 돈을 교육이라는 상품을 두고 벌어지는 생산과 소비로 바라보면서, 수출과 돈벌이의 기회로 보게 되었다. 교육은 상품이 되고, 교육행위는 무역이 된 것이다. 상품이며 무역이라는 시각은 기업 자본주의자들의 관점이다. 그것이 유럽에서 등장한 대학의 역사적 본질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런데 서유럽의 국가들은 교육과 관련된 무역협정 조약들을 철저히 이행하는 게 이익이라는 생각 속에서 교육당국 차원의 보상과 징계라는 양면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래서 미국의 많은 대학의 현실은 행정당국의 철저한 실시 주장과 이에 대립되는 의견을 가졌지만 할 수 없이 끌려가는 교수집단의 입장으로 갈라져 있다고 서보명은 그의 책에서 말하고 있다.
대학 교육과 품질관리체제
대학의 교육이 상품이 되고 교육행위가 무역이 된다면 그것은 일관된 생산제조 및 판매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품과 무역행위의 배경은 신자유주의로 불리우는 자본주의이고, 그 안에서 대학은 일률적인 기준과 통제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대학에 등장한 것이 품질관리체제이다. 품질관리는 곧 품질보증으로 연결된다. 품질은 효율적이고 경쟁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만들어낸다. 효율성과 경쟁극대화를 대학 운영의 방식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품질관리'란 개념이 불러온 글로벌 스탠다드
그래서 품질관리체제는 곧 국제기준(Global Standard)이라는 관점으로 이어진다. 전 지구적으로 단 한가지의 기준을 설정하되, 그것은 효율적이어야 하고 생산과 판매를 염두에 둔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품질관리체제라는 개념을 세계의 모든 국가가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대학관리정책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교육도 행정체계도 품질관리와 고객만족의 개념이 아무 반발없이 대학의 체제 안에서 수용되고 있고, 교육과 행정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꾸어주겠다는 전문가 컨설팅 단체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제 3세계도 OECD가 WTO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하는 시대가 왔기때문에 교육은 제품이고 교육의 품질을 효율적으로 제조판매하는 전 세계적으로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단일한 기준은 존재하는가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단일한 기준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정이 존재한다. 문화적 차이가 있고, 환경과 기후의 차이도 존재하는데, 이처럼 다양한 저마다의 사정을 수용할 수 없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것은 달리말하면 제국주의적 강요라고 볼 수도 있겠다. 교육이란 기본적으로 문화와 민족과 종교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런데 교육이 상품이 되고 전 세계로 자유무역을 통해 수출하고 수입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다양성을 죽이는 일이 된다. 교육은 통제당하고 지배당하는 획일적 기준 속에 갇히는 것이다. 그 개념이 바로 제국주의의 속살을 숨긴 '글로벌'이란 겉포장이다.
글로벌이란 용어는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역할을 맡았다. '글로벌'이란 표현은 어디에 붙여도 다 먹히는 용어가 되었기때문에, '글로벌'이라는 시대적 화두 앞에서 대학은 다른 길을 선택하기가 어려워졌다. 글로벌한 대학은 곧 기업형 운영을 선택하는 것이고, 그것은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책이 강조되는 것이었다. 세계의 대학을 하나의 제도로 평가하자는 의도는 결국 글로벌한 기준이란 가면 속에서 자본주의 세계화를 주도하는 국가들의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윤창출의 공간이 된 대학
대학에 교육이란 제품을 제조생산판매하는 곳이라면, 대학은 이윤을 창출하는 공장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 이윤을 창출하는 공간에서 문화창조와 비판적 사상은 입지가 상당히 좁아진다. 그것은 본질이 아니고 소외된 비주류의 외침이 되어가며 점점 더 목소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방식을 곧잘 주장하는 것은 보수적이거나 수구적인 언론에서 자주 등장한다. 산학협력에 대한 강조, 대학의 연구결과를 통한 원천특허 획득과 기술이전에 대한 강조, 그런 것이 없으면 '소비자인 학생'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끝)
대학의 몰락 시리즈 5. | 1장 대학의 현실 … 대학과 경쟁 중.
서보명의 책 <대학의 몰락>에 대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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