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교육 상품은 미국 대학 분교를 유치하는 결과로
미국판 방통대, (사립) 피닉스 대학의 흥망성쇠를 보라
대학경쟁은 국가 경쟁의식을 자극
대학 경쟁은 국가의 경쟁 의식을 자극했다. 민족 의식을 자극하는 측면도 있었다. 특히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은 세계 대학평가에 전력투구를 하면서, 국제호갱이가 되기도 한다. 현 체제가 만들어놓은 세계 대학 랭킹 경쟁은 자국의 대학이 몇 등했는지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풍경을 낳고 있다. 대학의 랭킹 상승은 해당 대학은 큰 자랑이요 홍보거리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글로벌화를 평가하는 잣대로도 작용하는 것이다. 그런 순환 구조는 신자유주의 대학 체제를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고, 대학과 국가들(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그 경쟁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분교진출만 쉽게 만들어준 꼴
세계의 대학이 다수의 국가와 대학들의 자발적인 몰입 속에서 한 이념 하에서 통제되고 관리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년 증명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서유럽의 선진 대학들은 타 문화권에 대학을 설립하는 진출방식을 쉽게 만들고 있다. 멀리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지로 유학을 가는 게 아니라, 아예 서유럽의 대학 분교의 아시아 지역에 설립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본격 추진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외국대학 분교 유치 사업을 통해 [송도 글로벌 대학단지]내에 여러 외국대학들이 입주해있다.
출처: 송도글로벌 대학 홈페이지 http://www.sgu.or.kr/
[아래] 외국명문대 유치현황과 유치계획 현황표
미국의 대학들도 인문학과들을 폐지하고 있다
이 시대의 lingua franca(공동어)인 영어권 대학과 학문이 특히 분교설립에 유리하지만, 위의 표에서 보여지듯이, 볼쇼이 발레단 같은 분야의 교육도 좋은 수출상품이 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서구유럽(특히 미국)의 대학들은 타 문화권에 분교를 설치해서 그 지역의 교육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미국의 대학들도 인문학과들을 폐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교설치의 이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씁슬한 풍경일 것이다.
분교 설치의 이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교육의 품질이란 무엇인가? '품질'이라고 말해지는 목적은 또한 무엇인가? '품질'로 변형된 '교육'의 원래 목적은 무엇인가? 교육의 목적은 시대의 가치를 반영한다. 그래서 기업주의적 가치, 곧 공장의 가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공장형 대학이 존재의 조건이 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교육공장에서 인간적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 교육의 본래적 의미란 표현은 공장의 본래적 의미에 밀린다. 교육과 공장은 사실 상호간의 거리가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지만, 공장형 기업주의형 가치로 옷을 갈아입은 대학의 교육은 그 특수한 목적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질의 제품이 양질의 교육과 관련될까
공장은 양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지만, 아무리 그것이 '양질'이라고 해도 그 전제가 되는 존재적 조건이 '제품'이기 때문에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다. 소모품이거나 대체가능한 것들이 곧 '제품'의 개념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체불가능한 양질의 사상, 양질의 인간, 양질의 인품, 양질의 가치는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경쟁과 효율성이나 순위는 양질의 교육과 무관하다. 경쟁과 효율은 그 목적 자체가 매우 공허한 것이다. 경쟁과 효율은 '쓸모없는 공부'를 쓸모없기때문에 필요없고, 필요없기 때문에 폐기처분해야 할 것으로 간주한다.
쓸모없는 공부의 중요성
그러나 쓸모없는 공부는 교육의 오랜 이상에 맞닿아있다. 쓸 곳이 없는 공부이기때문에 자유로운 상상을 기반으로 한다. 그것은 창의적인 상상력을 키워주고 또한 그 산물이 되기도 한다. 목적없는 목적을 가진 생각이거나 사유이고, 그 쓸모없음의 공간 속에서 자유로운 비판적 지식이 성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대학들은 획일적인 '브랜드 경쟁', '순위경쟁'에 빠져있다. 스스로 상품이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스스로 각종 순위경쟁의 우수한 결과를 강조한다.
브랜드 가치를 위해 필요한 매력적인 캠퍼스
미국도 마찬가지인데, 그러한 브랜드 가치를 겨냥한 대학정책 중에 '매력적인 캠퍼스 조성'이 포함되어 있다.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데 비용대비 가장 큰 효과가 있다고 인정되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한국내 대학의 건설 현장은 아파트 건설 다음 가는 규모라는 말도 있다. 대학의 신축건물은 기업의 후원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는데, 그것이 곧 기업주의형 대학으로 가는 스피드를 더 높이게 된다. 신축건물에 필요한 자금은 대학의 랭킹으로 다시 연결된다. 돈을 더 투자하지 않으면 랭킹은 올라갈 수 없고, 랭킹이 올라가야 기부금도 끊기지 않는다. 경쟁에서 더 높은 순위에 올라가야 대학경쟁의 최대 승자인 독점과 독과점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사례가 바로 하버드대학교이다. 1980년대 이전에도 하버드 대학은 제일 많은 자산을 갖고 있었지만, 경쟁 구도를 가속화한 결과 현재는 자산규모 2위인 예일대학보다 2배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 자산규모는 37조원대
(2013년 통계로) 1974년 설립된 [하버드대학 기금]이 운용하는 자산규모는 327억달러. 우리 돈으로 37조원 가량 된다. 우리나라 사학연금이 같은 해 운용한 자산이 11.1조원인 점과 대비할 수 있다. 또한 버드대학은 2014년에 단일기부금 중 최고액인 3억 5천만달러(약 3,588억원)의 기부금을 홍콩 헝룽(恒隆)그룹의 창업자 천쩡시(陳曾熙) 집안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하버드 대학의 사례에서 보듯이, 대학이 기업주의적 형태로 바뀌면서 그 권력이 국가를 뛰어넘고 있다. 국가보다 기업이 우선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은 기업의 모습을 띄게 되는데, 바로 그것은 정체성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된다. 시장 속의 대학, 시장 안에서 자신을 들여다봐야 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시장 밖에서 대학을 찾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하버드 대학은 그 자체로 중소국가의 GDP를 뛰어넘는 규모인데, 그 자체로 공격적인 투자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에 반해서 한국 대학들은 그 자체로 기업이 되기 보다는 대기업의 사슬에 매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피닉스 대학의 흥망성쇠
구체적으로 한국의 대학들은 산업과 협력하면서 시장성을 확보해야 하는 압력에 빠져 있다. 그래서 인문학 분야에서도 산학협력을 강요당하고, 시장성과 생산성이 뒤떨어지는 학과와 학교는 다양한 제제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미국 대학에서 영리를 노골적으로 표방하는 대학들은 아예 증권시장에서 거래가 된다. '대학'이란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인데, 그것을 대표하는 대학이 바로 학생수 50만명 가량의 피닉스 대학(Pheonix University)이다. 흥미로운 것은 2015년 3월 보도에 따르면, 미국판 방송통신대학인 피닉스 대학의 재학생이 2010년 46만명에서 현재 21만 3천명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것을 결국 주가의 하락으로 이어졌고, 뉴욕증시에서 주가 16% 하락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는 것이다.
피닉스 대학의 위기는 그 원인과 이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대학이나 피닉스의 성공을 모방한 다른 영리기관들이 온라인 대학교육 시장에 진출했기때문일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며, 피닉스 대학이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의 교육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한가지 이유로 등장할 수 있다. 실제로 2013년에 피닉스 대학에는 학점인가 정지의 위기에 빠지기도 하였다. 2010년도의 46만명에 대비하여 2013년도에는 16만명 가까이 학생수가 줄어든 약 30만명의 학생들이 재학하던 피닉스 대학교는 '(모회사 아폴로 그룹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 [북중부대학협회 (고등교육커미션)]로부터 학점인가 정지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인터넷 영리 대학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피닉스 대학은 미 전역에 소재하던 115개 캠퍼스를 폐쇄하기도 했다.
피닉스 대학의 사례는 획일화된 경쟁체제에서 제조생산과 판매로 연결되는 제품의 품질이란 개념이 대학을 어떻게 만드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피닉스 대학에 대해서는 따로 노트를 정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끝)
대학의 몰락 시리즈 6. | 1장 대학의 현실 … 대학과 경쟁 중.
서보명의 책 <대학의 몰락>에 대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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