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의 등장으로 비롯된 대학의 경쟁 개념
US News & World Report와 보수의 역습
1980년대 중반을 주목해야
대학에서 '경쟁'이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었다. 그것은 미국 대학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경쟁은 취업능력이 뛰어난, 즉 고용가치가 있는 학생을 배출하는 차원에서의 경쟁을 말한다. 이 경쟁이 바로 서열경쟁이다. 오늘날 대학은 서열에 따라 우위가 결정되어 있다. 그리고 대학 입시생들은 대학의 랭킹을 가장 많이 따진다. 그런데 그 랭킹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사설 언론매체이거나 사설 대학랭킹 업체가 된다. 그 '사설' 언론과 업체에 대학이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휘둘리게 된 기원이 바로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프로 스포츠팀처럼 바뀌어버린 대학
랭킹은 잡다한 통계와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통째 순위로 단순화되기때문에 대학은 단순화된 랭킹의 감옥에서 좀처럼 나오기 어렵다. 완전 포로 신세가 되어 버렸다. 프로스포츠팀의 우열이나 대중가요 차트의 순위만큼이나 대학 랭킹은 세상의 큰 관심 속에 놓여있다.
매력적인 수입원, 대학평가
대학 랭킹을 이제는 우후죽순으로 발표하고 있다. 미국에서, 영국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대학랭킹 사업은 매력적인 수입원으로 바뀌었고, 랭킹은 대학의 공공성을 잠식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의 포로를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랭킹은 통계조사를 계산해서 산출하는 것인데,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여론 - 즉 나의 이웃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통계낸 것이라고 [대학의 몰락]의 저자 서보명은 말하고 있다. (책 31페이지)
1981년 레이건의 등장과 1984년 보수주의 혁명의 절정
대학 랭킹이 본격적인 정체를 드러낸 것은 1980년 미국대통령이 된 레이건의 보수주의 혁명이 절정에 달하던 1980년대 중반이었다.
빠른 11년생(1911년 2월 6일생)인 레이건은 나이 일흔(70세)이 되는 1981년 1월 20일에 대통령이 되었고, 이후 재선에 성공해서 1989년 1월 20일까지 8년 77세까지 8년동안 제40대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다. 공화당원인 그는 강경한 보수주의자였고, 그의 보수주의 혁명이 절정에 달한 1980년대 중반에 대학 평가가 한 언론사에 의해서 시도되었다.
양대 시사주간지에 밀리던 US News & World Report
미국의 양대 시사주간지는 타임(Time, 1923년 창간)지와 뉴스위크(Newsweek, 1933년)지이다. 그리고 타임지나 뉴스위크지에 밀리는 주간지로 <The US News and World Report>라는 게 있었다. 이것은 1933년의 United States News와 1946년의 World Report를 1948년 합친 것이다.
판매부수도 적고 보수적인 색채를 띈 <The US News and World Report>는 1984년도에 처음으로 미국 대학 순위를 매겨서 보도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것은 전체 대학별 랭킹과 학과별 랭킹을 매겼는데, 오늘날까지도 매년 대학 랭킹을 다루는 발행호수는 연중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한다고 한다. 대학의 순위경쟁이 신문의 지가를 상승시키자 전 세계에서 이 현상에 주목하면서 여러 언론매체들과 사설 민간업체들이 대학평가시장에 뛰어들었다.
체제 밖에 있던 대학이 자본경쟁의 덫에 걸린 것
그런데 무엇보다도 [대학의 몰락]의 저자 서보명은 레이건 시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2페이지). [대학순위 평가]는 비판의 공간이었던 대학을 죽이려는 의도가 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 대학은 체제의 비판적 공간이었고, 히피 등으로 상징되듯이 체제 밖에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미국의 대학들을 철저한 자본주의의 경쟁 구도 속에 가두기를 성공한 게 바로 대학평가라는 이데올로기였던 것이다.
너희들(히피) 때문에 베트남전쟁에서 졌다!, 보수파의 역습
1980년대 레이건의 등장은 1960년대 반전운동, 학생, 히피, 민권운동 등으로 대변되는 진보주의적 세력에게 문화적으로 밀렸고, 그 때문에 베트남 전쟁에서 졌다고 생각하는 보수파들의 역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으로 무장해서 세력 확장에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학은 1960년대 진보주의 진영의 본산지였고, 좌파 지식인들의 피난처였다. 그런데 대학평가와 순위매기기는 대학의 체제를 본질적으로 바꾸었다. 비판의 공간이 아닌 평가위주, 성장위주의 체질로 변형시킨 것이다. 보수주의에게 역습과 보복을 당한 것이다.
대학의 자산규모도 중요해졌다
대학의 자산규모는 대학평가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대학의 경영자들이 자산 경쟁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학생 만족도도 평가 항목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학생은 소비자로 불리웠고, 학생소비자의 만족이 대학평가에서 중요해진 것이다. 1984년 이후 30여년간 대학은 평가의 악순환 속에서 자본주의를 신으로 섬기는 전혀 다른 형태의 고등교육 시스템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끝)
대학의 몰락 시리즈 4. | 1장 대학의 현실 … 대학과 경쟁 중 전반부.
서보명의 책 <대학의 몰락>에 대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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