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몰락의 요인 

지식과 담론의 보편화, 사유하는 인간의 실종




대학 몰락의 또 다른 요인. 현대 사회와 최근 인문학의 특성


'대학'이라는 공간 혹은 조직은 서양의 중세시대가 인류에게 남긴 최고의 유산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체제에 적응해가는 현대 사회의 모습은 중세시대가 남긴 인류의 정신적 유산이 어떻게 허물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대학이 허물어지는 이유는 자본주의적 체제에 대한 순응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현대 사회의 특징에서 비롯된 최근 인문학의 특성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별한 지식과 담론의 현장이었지만 ...


원래 '대학'은 특별한 지식과 담론의 현장이었고, 전문적 지식을 갖춘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관문이었다. 지식과 문화의 세계는 대학 만이 제공할 수 있었고, 대학이 부여하는 지식과 문화의 공간 속에서 대학인들은 토론과 논쟁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혁명은 지식과 문화와 논쟁에 대한 참여의 공간을 대중화시켰다. 대학의 담장이 갖는 의미가 무색해진 것이다. 지식은 컴퓨터 속에서 검색을 기다리고 있었고, 지식의 실천도 컴퓨터 화면에서 그 역할을 지시하게 된 것이다. 


지식과 담론추구, 그리고 지식 실천공간의 보편화와 대중화


대학은 원래 지식의 실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대체하는 수많은 수단과 공간들이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즉 지식과 담론의 보편화는 지식과 담론 추구의 대중화의 길을 열었지만,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그 깊이는 잃어버렸다. 깊이있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실패했다. 오히려 자신의 욕구에 대한 순간적 만족과 쉽게 생각하고 쉬운 것을 찾는 길에 익숙해졌다. 그 와중에 대학이 전담했던 지식의 사회적 전파라는 대학의 사회적 기능은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지식의 사회적 전파라는 대학의 독자적 기능 상실


정보는 쉽사리 찾아지지만, 지식의 깊이는 얕아지면서 성찰하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민주주의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적 사고방식을 갖춘 한 인간이 사회의 기본 구성원으로 독자적 사유와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유하는 인간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대학은 정보화된 지식과 기술적 사고의 상업성에 몰두하여 이러한 인간을 양성해야 하는 기본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학이 스스로 몰락을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대학 몰락의 구체적 원인들


전 세계적으로 대학이 허물어져가는 현상은 외적인 요인과 내적인 요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먼저 외적 요인은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기업 자본주의적 특성때문이고, 두번째로 내적 요인은 이를 별다른 비판없이 수용한 대학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대내외적 특징을 가능하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인문학의 학문적 흐름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책 [대학의 몰락]의 작가 서보명은 신학자 답게 서구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철학적 흐름을 토대로 대학이 몰락해가는 원인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1960년대에 접어들어 서구 인문학이 전개된 과정은 대학에 대한 불신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1960년대 초반, 실존주의의 패퇴와 구조주의의 등장


1960년대 초반이 되면서, 실존주의사상은 구조주의 사상에 밀렸다. 실존주의는 이성과 감성과 경험의 주체인 인간의 소외현상을 다루고 있었지만, 학문적으로 실존주의 사상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버리고(소외되어버리고), 구조주의적 관심으로 대체되었던 것이다. '인간'에 대한 관심을 대체한 것은 무의식, 욕망, 언어, 구조 등이었다. 


무의식, 욕망, 언어, 구조 등이 인간을 소외시켰다


세상에 대한 구조주의적 관심은 인간을 언어나 심리나 사회적 조건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휴머니즘은 형이상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마르크스주의적 철학은 인간해방을 실천하는 사상이 아니라 과학적 이론이 되었다. 인간은 통합적이고 주체적인 자아가 아니라, 분열된 의식의 산물이 되었다. 사실 비판의 주된 목적은 남성 중심주의적인 인간 이해에 대한 서구 학문계의 비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시도는 인간에 대한 성찰을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보았을 때 냉전체제에 갇혀있던 시대의 산물이기도 했다. 냉전체제에서 필요한 것은 혼란스러운 인간성에 대한 성찰보다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지점의 한 쪽 지점에 굳건히 서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적 흐름은 1980년대 이후 해체론이나 포스트모던 논쟁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한 노트는 다음 편에서 작성한다. (끝)


『대학의 몰락』시리즈 <8> 1장 [대학의 현실 / 대학의 몰락] 중.

서보명의 책 <대학의 몰락>에 대한 독후감.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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