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컬의 소 쿨(So Cool)한 폭로극

인문학의 무절제한 논리(포스트모던)의 허구성과 위선을 발가벗겨




포스트모던 담론의 극단적 담론이 지닌 위선을 폭로


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대변되던 현대 서구 인문학의 무절제한 논리를 폭로하고 조롱한 이가 있었다. 바로 미국의 물리학자 알란 소컬(Alan Sokal, 1955년생)이었다. 그는 무절제한 인문학의 논리 전개가 구체적인 인간, 고난받는 인간의 현실을 외면했다는 직격탄을 날렸다. 


소컬 사건의 등장


포스트포더니즘이란 이름의 유행병은 과학의 합리성까지도 상대주의와 헤게모니의 논리로 이해하면서, 이성을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소컬은 그 허구성을 드러내기 위해, 당시 그 현상을 주도하던 저널인 <소셜 텍스트>(Social Text, 1996)에 의도적으로 풍자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른바 소컬 사건으로 불리우던 이 일은 유명한 인문학 저널을 상대로 벌인 소컬의 지식 사기극이다. 그리고 이것은 포스트모더니즘 철학과 과학의 관계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소컬의 지식사기극의 전말


소컬은 포스트모더니즘이 학문적 엄정함을 잃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럴듯하개 보여지고, 편집자의 이데올로기적 선입견에 편승만 하면 내용과 무관하게 개지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하려는 의도로 가짜 논문을 투고 하였던 것이다. 그가 투고한 글은 양자중력이 언어와 사회적 구성이라는 것을 제안하면서 <경계를 넘어서: 양자 중력의 변형석 해석학을 위하여> (Transgressing the Boundaries: Toward a Transformative Hermeneutics of Quantum Gravity)라는 글을 기고한 것이다. 당시 인문학 저널 <소셜 텍스트>는 동료평가(Peer review)를 하지 않았고, 물리학자에 의한 전문가 평가를 거치지도 않은 채 1996년 봄/여름 '과학전쟁' 특별호에 게재되었다고 한다. 


난해한 언어로 포장만 잘하면 인정받는다?


그의 글은 물리적인 세계도 사회적인 세상 만큼이나 언어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생선된 것이라는 상식 밖의 글이었다. 게다가 과학이 발견한 기본적 진리도 문화상대주의의 한계가 있다는 식의 난센스한 내용을 난해한 언어로 포장해서 글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것이다.


폭로당한 인문학의 위선


그런데 소컬은 동시에 같은 시기인 1996년 5월에 <링구아 프랑크>(Lingua Franca)라는 학술지에 이 사실을 폭로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사건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프랑스 철학계에 핵폭탄을 터드린 셈이었다. 미국 대학에서 유행하던 포스트모던 인문학에 던진 충격도 컸다. 이 사건은 철학적 논쟁 뿐만 아니라 연구윤리와 동료평가에 대한 격렬한 논쟁까지 불러일으켰다. 결국 말에 취해서 의미와 상식을 포기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위선을 폭로하려던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인문학은 말장난이었다!


소컬의 지식사기극은 대학 내부의 반성을 불러일으켰다. 인문학적 글쓰기에 대한 성찰이 깊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사건에서 비롯된 부정적인 여론도 더 커졌다. 대학을 불온하게 바라보던 이들에게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대학을 청산당해야 할 좌파지식인의 피난처로 보던 보수주의적 세력들이 그들이었다. 다시 말해서 프랑스에서 수입되어 미국 대학의 인문학을 지배하던 포스트모던 사상이 의혹의 시선 속에서 사실로 확인되면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거쳐서, 미국 대학 내의 인문학에 대한 불신을 더 확대시켰던 것이다. 


대안이 되어야할 시대에 대학이 함께 표류하게 된 사정


또한 난해한 언어의 사용이나 새로운 용어의 개발을 인문학의 필연적 특권이라고 여겼던 부류들도 설 자리를 잃어갔다. 수사학적 논리만을 내세우던 경향에 사로잡혔던 대학의 인문학이 사실은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던 것이다. 더구나 소컬의 지식 사기극이 등장하던 때는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새로운 시대적 정체성을 찾아 헤매이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시대의 정신이 표류하던 세상의 바다에 인문학이 함께 난파되어 표류당하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인문학은 새로운 시대의 대안으로 참여기에는 왜소해져 버린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신자유주의로 체제를 개편하여 자본주의적 몸집을 불려가던 세상에서 대학이 실질적 비판을 할 역량은 더욱 잃어가게 된 것이었다. 




『대학의 몰락』 시리즈 <11> 1장 [대학의 현실 / 대학의 몰락] 중.

서보명의 책 <대학의 몰락>에 대한 독후감.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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