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죽으면 대학도 죽는다

인문학은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통찰'하는 것이다



인문학적 노력이 부족한 현대사회


인간을 깊이있게 이해하려는 인문학적 노력이 현대 사회에서 부족하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연구는 매우 다른 것이라고 <대학의 몰락>의 저자 서보명은 강조한다. (52). 이미 인간에 대한 연구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 과학에서 인간은 수없이 많은 분야에서 연구대상이 되었고 그 연구분석을 바탕으로 진단과 치유에 이르는 길까지도 방법론적으로 모색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인문학과 배치되는 현대 과학의 입장

 

그래서 이 시대의 분열된 인간상은 정신분석학적으로 연구되어질 수 있고, 주체적인 인간이 자신의 의식과 언어를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사실은 그 개인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 분석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현대 과학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DNA 분석으로 얻어질 수 있을까?


그러나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 그것은 분석적이지 않고 총체적인 통찰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은 인간이 짊어진 삶과 역사의 무게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서보명은 주장한다. 고통과 고뇌를 감내하는 인간. 불의에 저항하면서 타협도 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 과연 이러한 인간을 DNA 분석으로 해석을 끝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인 것이다.

 

과학적 연구와 분석이 인류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


과학적 연구와 분석이 학문의 보도(寶刀)처럼 사용된 결과, 오히려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은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모습이다. 환경의 파괴는 세상을 연구하고 분석하여 소유하고 지배하는 관점으로 연결된다. 인간이 아닌 생명체를 소유하고 지배하면서 인간이 사는 지구는 거대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사회적으로도 제도와 구조는 인간이 사라지고 논리만이 남았다. 인간 조차도 모든 분야에서 관리되어지는 피동적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인문학이 사라진 시대에 남는 건 무엇일까?

 

아마도 저자 서보명의 고민은 인문학이 사라진 시대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 같다. 이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떻게 살 수 있는가? 매우 고전적인 질문이지만 현대사회의 답변은 인간은 소비할 뿐이고 고객스럽게 만족하거나 불만족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서유럽의 철학적 전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인문학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세 명의 학자, 레비나스, 블룸, 매킨타이어를 세 가지 다른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레비나스의 '타자성의 철학'


앞선 독후감 9번에서 레비나스에 대한 소개를 한 바 있다. 레비나스(1906~1995)철학은 충격과 망설임에서 시작한다고 말하는 유대계 프랑스 철학자이다. 2차세계대전 당시 가족이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에서 개죽음을 당하고 프랑스 장교였던 그 자신도 5년간 포로수용소에 갇혀 지냈던 경험은 그의 철학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1500년 동안 그리스도교의 복음적 영향을 받고 성장한 유럽이 이와 같은 엄청난 살상과 파괴를 자행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인가? 도대체 전쟁의 폭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타인의 부름을 통해서 실종된 인간을 찾을 수 있다

요한의대학노트/대학의 몰락 2015/06/11 05:03


레비나스의 철학은 타자성의 철학이라고 일컫는다. 20세기의 참극은 자아중심의 철학적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타인을 환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레비나스의 철학은 신학적 감동으로 타인을 통해 정당성을 되찾은 이성으로 인간의 가치를 재구성하자고 말하고 있다.

 

앨런 블룸의 플라톤으로의 회귀


앨런 블룸은 이성적 사유가 인간의 본질에 속한다고 주장하면서 플라톤 철학을 현대적 의미로 접근했다. 그는 인간은 없다는 식의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철학이 추구했던 이데아(이상)를 되찾는 것이 대학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매킨타이어의 아리스토텔레스와 중세 스콜라철학


매킨타이어(1929년생, 영국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과 이를 이어받은 서양 중세 철학(스콜라철학)의 전통을 되살리자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스콜라 철학은 오늘날 우리가 유럽이라고 호칭하는 영역 안에서 이루어진 현상이었다. AD 800년까지 지속된 교부철학의 시대는 이른바 신 플라톤주의의 황금기였다. 그러나 그 이후로 세상의 주역은 남부유럽에서 중부유럽을 거쳐 북유럽까지로 확대되고 있었다. 당시 공용어였던 라틴어를 통해서 야만족이었던 켈트족과 게르만족과 슬라브족들도 서서히 문화적 인간이며 철학적 인간으로 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킨타이어는 중세 스콜라 시대에 추구했던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학의 전통을 되살리자고 주장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Alasdair MacIntyre (1929.1월생) 가톨릭신자이며 스코틀랜드 출신의 서양철학자.


저자 서보명의 주장

 

저자 서보명은 레비나스, 앨런 블룸, 매킨타이어가 서로 다른 견해로 출발했지만 그것이 인문학 본연의 자세를 되살리자는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고 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대학이 다뤄야 할 것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그 점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서보명이 택한 학자들이 바로 이들인 것이다. ‘연구혹은 리서치로 결론내릴 수 없는 인간의 본질과 인간의 현상이 바로 인문학이며 그 인문학이 바로 대학정신의 핵심이란 것이 저자 서보명의 주장으로 보인다.

 

『대학의 몰락』 시리즈 <13> 1장 대학의 현실 [대학과 인간 그리고 인문학] 중.

서보명의 책 <대학의 몰락>에 대한 독후감.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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