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이단아로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한 때

제도와 건물로 설명할 수 없는 대학을 생각해야 한다


원래 대학이 추구한 건 성찰과 비판이었다


현재의 대학은 몰락하는 과정에 있는가? 아니면 수많은 대학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세계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일까? [대학의 몰락]의 저자 서보명은 대학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주장한다. 그 까닭은 대학이 말하는 대학경쟁력의 정체가 기업자본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종속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오늘날의 대학은 지식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백화점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원래 대학이 추구했던 성찰과 비판의 공간은 점점 더 협소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학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지식과 진리를 추구하고, 그 안에서 인간을 찾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대학의 사명이 사라진 사정에서 대학이란 이름도 동시 폐기해야 하는 건 아닌가 묻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저자는 또 위의 질문이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자본주의 이념 하에서 대학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 정도라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예를 제시한다. 미국의 대학은 역사도 오래되었지만 다양한 모델을 통해 이러한 문제의식을 입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미국 내에는 다양한 모델의 대학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서구 고전중심의 학부교육을 하는 곳도 존재하고 개신교 종파정신으로 무장한 대학들도 작지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발원지로 해서 대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당당하게 던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 대학들은 한가지 모델로 획일되었다


한편, 한국의 대학들은 어떤가? 모델이 다양한가? 시작은 다양했으나 현재는 한가지로 수렴된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적 가치를 신봉하는 한가지 모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학의 전통’, ‘대학의 사명등에 대한 질문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비판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대학이란 화두를 놓고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은 현실과 지나치게 밀찬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학은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 세상을 비판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비판적 거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것이 대학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대학은 세상과 섞이면서도 섞이지 않은 공간에서 현실을 의심하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이 대학의 이상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이런 이상을 잃고 있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대학이란 세상과의 비판적 거리를 잃고 세상의, 사회의, 특히 기업의 부속품처럼, 취업학교처럼 변질된 대학을 말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업 정신이 인류의 숭고한 정신인가


기업정신은 인류의 숭고한 정신이 될 수 있을까? 기업가정신을 연구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 마치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가 기업가정신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정작 그들이 자행하는 자본적 약탈과 무참한 인권 침해에는 큰 신경을 안 쓴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은 기업가정신을 숭배한다. 그 도덕성에는 관심이 없고, 기업가정신의 화려한 물신주의적 성공을 칭송하는 것이다. 그렇게 믿기를 강요하는 이 시대에 대학의 정신의 역사는 한계 지워지고 감금당할 것이다.


반대로 바라보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오늘날 한국의 대학에서 성장이고 발전이며 도약이라고 믿는 것들을 반대로 바라보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그리고 의심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적 정신을 비판하는 마음, 화려하고 웅장한 신축 건물이 들어서는 대학을 바라보며, 그것을 성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마음, 그래서 학생들의 지성과 인품의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대학, 따라서 통계와 수치로 순위경쟁을 조장하는 온갖 종류의 대학평가 행태를 거부하는 대학, 사실과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서 진실과 진리 그리고 진정성을 생각하는 의지를 가진 대학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가난을 화두로 시대의 이단아로 행동하라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가난이라는 화두 속에서 시대의 이단아로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한 시대이다. 그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원래 대학이 걸어왔던 길이다. 그 길에서 대학의 본질을 만나고 그러한 본질이 사실은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가 필요로 했다는 걸 우리는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와 건물로 설명할 수 없는 대학을 생각해야 한다


『대학의 몰락』 시리즈 <16> 1장 대학의 현실 [대학과 인간 그리고 인문학] 중.

서보명의 책 <대학의 몰락>에 대한 독후감.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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