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세기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만든 풍경

공동체, 조합을 뜻하는 University의 탄생


서유럽의 대학은 조합으로 시작되었다. 어떤 높은 이상을 품었던 것이 아니었고, 단지 일종의 이익단체였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글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증가해서 생긴 것이다. 11세기와 12세기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만든 풍경인 것이다.

 

2인 이상의 단체인 조합 공동체, University


그래서 대학교를 말하는 University조합을 뜻했다. 또는 공동체(community)’라는 뜻을 가졌다. 어원은 라틴어 ‘universitas’이다. 조합이나 공동체는 2인 이상이 만든 단체를 말한다. 특히 조합’(組合)이라고 하면 여럿이 모여 한 덩어리를 만든다는 뜻으로, 목적과 이해를 같이 하는 2인 이상의 단체이다.


공부를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들의 모임, University

 

특히 University는 공부를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었다. 서양의 중세시대에 만들어졌고, 그 단어를 오늘날에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대학이 몰락하는 이 시대에 그 역사적 기원을 살피는 것이 의미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나라의 많은 대학들도 한자 단어보다도 라틴어로 된 Veritas(진리), Scientia(지식) 등의 단어를 교훈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볼 때, 국내의 대학들도 대학의 기원을 서양 중세에 두고 있지 않는가 하고 반문하는 것이다. 또한 강의(Lecture)나 강의계획서(Syllabus)를 통한 강의방식 등도 개념적으로 보았을 때 중세대학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동양문화권에서 '대학'은 이질적인 문화였다


그래서 대단하고 원대한 계획으로 출발한 게 아니라 소박한 심정으로 출발했던 대학이 오늘날 서구 유럽이 아닌 곳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교육제도를 운영한다는 사실에서도 관찰할 것이 있다는 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이다. 즉 이질적인 대학이라는 제도와 문화가 어떻게 수입되었는지, 어떤 사회적 역할을 떠맡았는지, ‘대학이외의 대안은 없었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조선의 성균관과 영국 옥스퍼드의 공통점과 다른점


그래서 저자는 조선의 성균관과 옥스퍼드 대학을 비교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종교와 세속이 분리되어 있지 않던 시대에 세워진 고등교육기관이란 점이다. 그래서 그 인재들이 배출되어 종교와 정치의 지도자가 되었다는 점도 같다. 게다가 모시는 이는 달랐지만 뭔가를 섬기는 종교적 제례의 역할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성균관은 유가의 성인들에게 제사를 지냈지만, 중세의 대학들도 매일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학생의 의무였다고 한다. 기도와 성만찬, 죽은 성인들에 대한 기도와 예식 등으로 상징되는 믿음이 학문의 앞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김옥환의 [대학론](1994, 절판)에 대한 일종의 반박글이다.

 

김옥환의 책 [대학론]의 지나친 긍정성


저자 서보명은 [대학의 몰락] 68쪽에서 김옥환의 [대학론]을 소개하고 있다. 그 책에는 서유럽의 대학과 동양의 고등교육기관의 차이점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김옥환의 글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고대 동양의 고등교육기관의 관() 주도에 의한 관리양성이나 개인의 입신양명적 출세의 욕망 충족을 위한 교육과는 대조적으로 중세대학은가르치고자 하는 교수와 학문을 연구하고자 모여든 학생 집단에 의해서 자연발생적으로 스투디움(Studium)에 모여 순수한 학문 그 자체를 위한 이념하에 대학이 발전되었던 것이다.”

 

김옥환에 대한 서보명의 비판


서보명은 이와 같은 설명이 중세 서구대학의 시작과 발전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본 것이라고 말한다. 서양의 대학이 사립성격으로 시작했어도 그 동기가 순수하게 학문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이 유럽 각지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동기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관료가 필요했고, 고위관료가 되려면 수사학과 논증학을 거쳐 신학까지 꾸준히 공부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중세의 세계관과 체제를 이해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황권과 왕권(황제권)을 교묘히 이용한 대학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생겨난 대학들은 여러 가지 특권을 누렸고 그 명성과 특권을 강화시켜 나갔다. 대학들은 왕실과 교황청으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았는데, 대학들이 당시 대립된 두 개의 권력(교황권, 황제권)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대학은 전 유럽으로 증식해갔다.

 

북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1088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은 1158년 신성로마제국 황제에게 특허장을 받았다. 그리고 두 번째 대학인 파리 대학은 교황칙서에 의해 1231년 설립되었다. 바로 이들이 대학의 원형이다. 이들을 따라서 13세기 영국에서 옥스퍼드, 캠브리지, 중부유럽에서 하이델베르크 대학 등이 설립되면서 15세기에 이르면 유럽의 대학 숫자는 약 80개에 이르게 되었다.

 


『대학의 몰락』 시리즈 <17> 2장 대학의 역사에서 [대학의 출발] 중.

서보명의 책 <대학의 몰락>에 대한 독후감.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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