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책 『인권』을 읽고 정리한 노트필기를 기반으로 나름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자연법에서 자연권으로
근대 인권 사상의 발전
자연법에서 자연권으로
근대적 인간관의 형성
홉스 - 저연법은 자연권에서 나온다
로크 - 자연법에서 다시 자연권으로
루소 - 일반의지로 혁명을 싹틔우다
근대 인권사상과 사회계약의 핵심
권리(權利, Rights)는 간단히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요구할 수 있는 자유’라고 정의할 수 있고, 법률적 정의로 보면, ‘어떤 일을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처리하거나 타인에 대해서 당연히 주장하고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이나 힘, 특정한 이익을 주장하거나 누리기 위해 그의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법률상의 능력을 말한다.
Right가 '권리'란 단어로 정착된 사정
영어 단어 라이트(Rights)는 형용사, 부사, 명사, 동사, 감탄사 등 다양한 품사로 활용된다. 19세기 초에 일본은 라이트를 정직(正直)이나 염직(廉直)이라고 번역했다. '정직'은 '거짓이나 허식이 없이 마음이 바르고 곧음'이란 뜻이고, '염(廉)'은 '청렴하다, 검소하다, 바르다'란 뜻이다. 그래서 '염직'이란 '청렴검소하며 바르고 곧음'이란 뜻으로, ‘정직’과 ‘염직’은 비슷한 단어이다.
영어 단어 라이트(Rights)를 ‘권(權)’ 혹은 ‘권리(權利)’로 번역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 일본과 중국에 의해서 였다. 유럽의 사상가들이 생각하는 '권리'란 '자연스럽게 정의로운 상황에서 정당하게 가지는 어떤 것'이라는 생각에서부터 발전한 까닭이다. 그래서 유럽의 계몽주의자(17~18세기)들은 ‘인간의 권리는 자연권’ 즉 ‘Natural Right’라고 주장했다. 실정법을 초월한 정의를 선택한 [안티고네]에서 보이는 것처럼, 자연권이란 고대 그리스의 자연법적 사고에서 비롯되었으며, 그것은 동양의 한자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천부인권(天賦人權)’ 즉 ‘하늘에서 사람에게 부여한 권리’란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권리나 인권을 자연법적으로 생각하던 전통적인 사상을 '자연의 권리' 즉 '자연권'의 개념을 발전시킨 것은 15세기에 이르러서이다.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법학자 장 제르송(Jean Charlier de Gerson, 1362~1429)은 그의 저서 『영혼을 가진 생명체의 삶』(1402)에서 이렇게 말했다.
Jus(법, 권리)에는 옳은 것, 정의로운 것이라는 의미 외에 능력 또는 자유의 의미도 있다.
스페인의 스콜라학파 신학자 수아레스(Francisco de Suarez, 1548~1617)는 인간의 권리로서 Jus(법, 권리)를 새롭게 정의했다. 그의 책 『법률론』(1610)은 16세기 스페인 신학의 자연법적, 국제법적 국가철학적 인식을 집대성한 책이었다. 그에 따르면 자연권은 왕권(王權)에 대립하여 신에게 부여받은 것이다. 즉 수아레스는 국가 통치권은 신의 의지가 그 기원이고, 이 권력을 행사하느냐 하는 것은 신약성서 시대부터 인민에 의해서 결정되어 왔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법학자이자 정치가로 [국제법의 아버지], [근대 자연법의 창시자]로 불리는 후고 그로티우스(Hugo Grotius (휘호 흐로티위스), 1583 ~ 1645)는 수아레스의 논의를 더욱 발전시켜 근대적 권리 개념과 매우 유사한 개념을 정착시켰다. 토머스 아퀴나스에 의해 합리화된 자연법을 더욱 진전시켜 자연법을 신(神)이 아니라 인간 이성에 기초를 둠으로써 자연법을 세속적 개념으로 정착시켰다. 다만 그로티우스의 자연권 개념은 수아레스를 비롯한 이전 시대의 여러 학설을 집대성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근대적 인간관의 형성
14세기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북부 도시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즉 문예부흥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상과 문예에 등장하는 인간 중심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일종의 시대적 운동이며 문화혁신 운동이었다. 이때 인간이란 이성을 가진 세속적 인간이었다. 또한 종교개혁을 통해서 인간은 신 앞에 홀로 서는 '단독자이며 자율적' 인간으로 거듭난다. 즉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은 인간을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으로 바라보았고,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하여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 상정되었다.
홉스 "자연법은 자연권에서 나온다."
자연법에서 자연권으로의 의미변화는 앞서 언급한 제르송으로부터 수아레스, 그리고 그로티우스 등을 거치면서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 그런데 토마스 홉스는 이러한 개념이 사실은 서로 다른 점이 있는데, 그동안 혼동되었다면서 그 개념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1588~1679)잉글랜드 왕국의 정치철학자이자 최초의 민주적 사회계약론자.
서구 근대정치철학의 토대를 마련한 책 《리바이어던》(1651)의 저자
홉스의 책 『리바이어던』(1651)은 <교회 및 시민공동체의 내용, 형태, 권력>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서론과 결론을 빼면 총 4부 47장에 해당된다. 홉스는 이 책을 통해 교회 권력에서 해방된 국가의 의미를 다루면서, 국가의 성립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그는 자연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상정하고, 그로부터 자연권 확보를 위하여 사회계약에 의해서 리바이어던과 같은 강력한 국가권력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리바이어던'이란 구약성경 「욥 기(記)」에 등장하는 거대한 영생동물이고, 이를 국가에 비유한 것이다.
자연권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본성, 즉 자신의 생명보존을 위해 스스로 원하는 대로 자신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 갖는 자유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판단과 이성 안에서 가장 적합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행하는 자유이다.
홉스의 자연권과 자연법
홉스에게 자연권이란 '개별자인 모든 인간의 본질적 자유'이며 이것은 사회(계약) 이전에 존재하는 것이다. 즉 자연권이란 목적적인 개념이지 수단적 개념이 아니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고 원하는 바를 할 수 있는 자유이다. 반면 홉스에게 자연법이란 수단적 가치에 해당된다. 즉 생명을 유지하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현실에서 따라야 할 규범들이며, 이는 합리적으로 도출된 행동규칙의 목록들이다.
홉스의 이러한 입장은 수아레스가 제시한 자연권의 개념이 갖는 신학적 토대를 허문 것이다. 수아레스에게 자연권이란 왕권(王權)에 대립하여 신에게 부여받은 것이지만, 홉스는 그러한 신학적 토대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홉스에 이르러 비로소 근대사상의 기초가 되는 평등한 인권사상이 제시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홉스에게 자연권이란 모든 사람이 자기 본성대로, 자기 생명을 지키고, 자기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자유이다.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늑대이다(Homo homini lupus) - 홉스
그 자유는 외부의 어떤 방해도 없는 권리의 상태이므로, 이 대목에서 권리와 법률의 구분이 필요하다. 권리는 무엇가를 하거나 안 할 자유이지만, 법은 그 중 하나를 결정하고 구속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자연권을 허용한다면, 어떤 사람도 자신의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다. 즉, "만인 대(對) 만인의 투쟁"(The war of all against all)의 상태이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자연권을 방해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자연상태의 무제한적 자유는 필연적으로 상호 충돌할 수밖에 없기에, 폭력은 일상화되고 죽음의 공포는 늘 우리 곁에 있게 된다. 따라서 그러한 상태를 피하려면 서로가 계약을 맺고 리바이어던, 즉 괴물같은 국가가 필요하다는 게 홉스의 주장이다. 따라서 자연권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사회계약으로 정치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 즉 홉스는 신(하느님)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질서와 법으로 일정한 자유를 국가에 위임하는 것으로 자연권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국가의 목적은 모든 사람의 안전이고 제도로 설립된 주권과 국가는 국민의 동의로 세워진다. - 홉스
즉 홉스에게 자연권의 현실화는 시민권의 확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즉 홉스 이전의 사상가들이 자연법에서 자연권의 정당성을 이끌어냈다면, 홉스는 자연권을 위한 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세속적이고 근대적인 인간관과 국가관의 기초를 마련했던 것이다.
2020년 5월 1일(금) 오후 2시 30분, 노동절 휴일에 안방 내 서재 책상에서
키워드: 자연법, 자연권, 근대적 인간관, 홉스, 권리, Right, right, 염직, jus naturale, natural right, 천부인권, 수아레스, 그로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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