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학생들

그러나 역행하는 대학 경영


성균관대 심볼마크. 성대는 1398을 자신들의 <고전 대학시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최근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개최한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반도체공학분야에서 전액장학금과 취업보장을 내걸며 특목고생을 유치하는 입시홍보활동의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학생동아리 '대학생 진보정치경제연구회 소셜 메이커' 소속 조형훈(23)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장은 지난 9월 24일 경기 수원 자연과학캠퍼스 생명공학관 강의실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하고 이에 앞서 학교에 강의실 대여 신청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학교 측은 "교내에서 교육과 관련 없는 내용으로 간담회 등을 열면 안된다"는 이유로 강의실을 빌려주지 않았고, 이에 조 회장의 제안으로 유가족 3명과 학생 25명은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실에서 간담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필자의 아래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의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장소 대여신청을 불허한 성균관대 ... 2014.9.25


중앙일보가 성균관대를 칭찬하는 법 ... 2014.10.24


그런데 최근일 조 회장을 비롯해 간담회에 참여한 생명공학대학 학생회 집행부 학생 4명은 학교 측으로부터 공로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학교가 불허한 행사를 교내에서 열어 공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고 합니다. 단과대 학생회장은 매학기 등록금의 70%를 공로장학금으로 받는답니다. 생명공학대 등록금은 450만원으로 이에 따른 장학금은 315만원입니다. 또한 집행부의 간부 학생은 한 명당 매학기 70만원의 장학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성균관대 자연과학대학캠퍼스 생명공학부 전경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형훈 생명공학대학 학생회장은 "강의실이 아니라 학생 자치공간인 학생회실에서 간담회를 개최한 것을 두고 장학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내부회의를 거쳐 항의방문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반면 학교 관계자는 "외부인이 들어오는 행사는 과거 다단계업체나 사이비종교단체 등으로 인해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를 이유로 외부인 행사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아 공로장학금이 미지급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학교 측은 '학내 행사는 사전에 해당 기관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학칙 제57조(학생활동의 승인)와 '학칙 위반자를 장학생으로 선발해서는 안된다'는 장학금지급규정 제4조(장학금 지급 제한)를 이유로 들었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을 슬픔에 빠지며 대한민국 사회의 진정성을 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든 이들이 이 사건에서 큰 아픔과 깨달음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단지 그런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와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공감과 연대의 행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성균관대 학교경영진의 속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느새 대학은 정치경제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피켓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며 확성기를 틀어가며, 심지어 비방과 선전으로 캠퍼스를 소란스럽게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히 '간담회'를 통해 세월호의 아픔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공감하려는 학생들의 고귀하고 순결한 목적을 지닌 아름다운 행사를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규정'의 잣대를 들이대며 압박과 제재의 수단을 찾아서 '학칙위반자'로 규정하는 성균관대학교는 정말 어떤 대학인겁니까? 


성균관대 학생들의 대학생활은 대학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반면에 성균관대학 경영진의 대학 운영방침은 기능이 뛰어난 학생제품을 선발하여 반도체 공장라인의 취업보장형 인적자원으로 양산하려는 '생산극대화'개념으로 대학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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