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특수관계에 있는 성균관대를 '칭찬'하면서 성대와 재단의 어두웠던 과거 사례를 학교 쪽 입장에서 보는 '독특한' 보도를 내놓았다  


이 글은 8년 전 기사의 일부입니다. 미디어오늘 2006년 1월 26일(목) 기사이지만, 8년이 지난 지금에도 중앙일보는 꾸준하게 여전히 성균관대에 대해서 '독특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이 사례를 소개합니다.  

관련기사. 중앙일보가 성균관대 칭찬하는 법 ... 미디어오늘 2006.1.26


흥미로운 것은 2014년 10월 23일자 기사에서도 위의 패턴과 유사한 '독특한' 보도가 눈길을 끕니다. 중앙일보는 22일부터 24일까지 <학벌사회 깨진다>의 특집 (상)(중)(하)를 연속 게재한 바 있습니다. 그 중에서 23일자 기사 중 한꼭지의 이미지와 기사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중앙일보 2014-10-23일자 보도 


올 2월 과학고를 졸업한 유창현(19)씨는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포스텍 기계공학과, KAIST 자유전공학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등 네 곳에 합격했다. 고민 끝에 성균관대를 택한 유씨는 “다른 대학의 ‘이름값’에 고민을 했지만 빨리 반도체 전문가가 돼 사회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이루려면 이 학교가 가장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고 4년간 등록금이 면제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학벌사회 깨진다>의 개념으로 잡은 이 사례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필자의 고민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과연 성균관대를 간 것이 '학벌사회를 깬 것인가'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우선 이 글의 의미부터 잡아보겠습니다. 이 학생이 대학 4곳에 합격한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지만 어차피 서울대, KAIST 등에 합격할 정도의 학생이면 성균관대는 붙을 확률이 높습니다. 치열한 과학고의 내신 상황에서도 해당 학생은 내신성적이 매우 높은 학생일 확률이 높으니, 성균관대 입시선발에서도 선호하는 학생이겠죠. 학생 입장에서는 일단 붙어놓고 고민하다가 성균관대를 최종 선택한 것인데, 과학고나 과학영재학교에서는 간혹 그렇게 성균관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과학고에 들어가면 당연히 KAIST 합격은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학고 진학이 좁은문이고, 전도유망한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주로 과학고 신입생의 학부모들은 주위의 부러움섞인 '이런 종류의 말'을 듣기도 하고, 일단 KAIST 입학은 '먹고 들어가는 정도' 쯤으로 생각합니다. 그 전제는 <과학고=KAIST> 등식이 관념화된 까닭이며, 과학고 학생 중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KAIST로 진학하기 때문에 생겨난 표현입니다. 물론 진학반(과학고 2학년 조기졸업자부터)이 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전국 과학고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학생만이 카이스트에 진학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신입생 시절에 코웃음을 치며 바라보던 KAIST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층이 두텁게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뽑아만 주면"의 심정이 되는겁니다. 


과학고=KAIST 등식이 생긴 까닭은 20년 전만해도 당연히 그랬기때문입니다. 과학특목고가 지금의 절반 정도였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과학고는 경기(수도권), 대전(충남대전), 광주(호남제주), 경남과학고(영남강원)이 1983~84년에 시작되었습니다. 1983년 설립된 경기과학고가 최초의 과학고입니다. 이후는 여러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1도 1과학고 수준의 과학고 설립이 이어지다가 2003년 한국과학영재학교가 설립되면서 '우후죽순',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하겠습니다)


2003년 한국과학영재학교(1991년 개교한 부산과학고의 전환)가 설립되면서 이른바 Two-채널의 과학특목고 설립 붐이 이어집니다. 한 채널에서는 기존 과학고가 영재학교로 전환되는 것이고, 다른 채널에서는 신규과학고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결국 2003년 이후 1도 1과학고의 기조가 깨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 서울은 학령인구의 규모로 보았을 때 서울과학고(1989)와 한성과학고(1992)가 거의 비슷하게 개교했습니다. 아무튼 과학고는 영재학교 포함하여 최초 4개에서 26개로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위의 장황한 설명은 그만큼 과학고 재학생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된 사정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한해 800~900명을 선발하는 KAIST에서 2천명 내외 가량되는 과학고 학생들을 수용할 수가 없기때문에 과학고의 학생들은 더 다양한 진학형태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한편 성균관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과학고 학생유치에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10여년 전부터 과학고 현장에서 성균관대는 인지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공계 전통과 자부심 강한 한양대학교는 과학고 현장에서 인지도가 성균관대보다 높지 않습니다.  정성의 차이때문입니다. 


과학고 학생들에게는 연고대보다 성균관대가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그런 것입니다. 연고대를 가는 것보다 등록름 면제가 되는 확률이 더 확실한 것이고, 성균관대는 당초에 등록금 혜택에 더해서 취업보장까지를 학생유치의 특전으로 걸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4년간 등록금이 면제되는 것은 서울대, 카이스트, 포스텍에는 대체로 공통사항이기 때문에 기사의 서술은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KAIST에는 통상 다른 대학들의 '자유전공학부'란 개념이 없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쓴 이가 풀어서 쓴 것으로 보입니다. KAIST는 100% 무학과입니다. 여기서 '무'는 없을 無자입니다. 학과가 없다는 뜻으로 쓴 것이 아니라 학과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채로 입학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100% 진학이 가능합니다. 2학년 때의 일입니다(단, 학문의 특성상, 산업디자인학과만 정원의 제한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학벌사회'가 깨지고 '능력사회'가 된다는 테마의 초점에서 굳이 성균관대가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이 기사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취업보장' 메커니즘을 홍보하는 효과가 더 많습니다. '창현이'란 학생이 성균관대를 진학해서 학벌사회의 판을 깨고 '능력사회'의 판을 일구는 선구자처럼 보여지는 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성균관대를 진학해서 '성균관대' 학벌 라인에 편입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이미 성균관대는 그런 파워가 있는 대학이기때문입니다. 일종의 '삼성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 9월 25일자 기사에서 아래와 같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다만 1996년 삼성재단으로 넘어가면서 성균관대는 기업가적 마인드가 전 대학에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균관대는 비교적 법과대학이 강했고, 인문대학도 나름 전통을 이어가는 대학이었는데, 삼성 성균관대학이 된 이후 의과대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공과대학도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삼성재단이 들어온 5년 후인 2001년에는 <Over the SKY!>라는 슬로건을 성균관대 총학생회가 내놓기도 했답니다(여기서 SKY는 서울대와 연고대를 뜻). 참고로 울산과기대는 2009년 3월 개교하면서 <Over the MIT>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Over해야 할 일이 많은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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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설명처럼 성균관대는 삼성재단의 일원이 되면서 대단한 변신을 진행중이며, 특히 공학이나 의학 등의 실용학문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미 성균관대 의대는 최고 랭킹에 속하는 반열에 올라 있지만, 이공계에서는 여전히 카이스트같은 이공계 종합대학의 아성에 도전하는 포지셔닝을 갖고 있다고 기사의 이면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례는 'KAPS'란 용어의 등장입니다. 이 '캡스'에 대해서는 필자의 9월 25일자 아래 글의 후반부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에서 SKY를 재친 결과로 등장하는 용어의 변천을 소개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중앙일보와 성균관대는 아주 친한 사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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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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