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수난성지주일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나뭇가지(성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주님의 입성을 환영하지만, 그 환호의 목소리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뻔뻔하게 외칩니다. 영광의 길은 오히려 수난과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다음은 대전교구 전민동성당 방경석 알로이시오 신부님의 강론말씀입니다. 사진은 전민동성당 2015년 3월 29일(주님수난성지주일) 입성기념 행렬의 모습
2015.3.29 주님수난성지주일
가톨릭성당 미사 강론
수난복음,마르코 14,1 ~15,47)
+ 마르코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구나!
본색은 언제 드러나는가?
신부님 강론)우리는 본색을 숨기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 드러나느냐!위기상황에서 드러납니다.우리 신앙의 선조들을 보면 박해상황에서,그리고 오늘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서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다 자기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 속임수를 써서 예수님을 붙잡아 가둘 궁리를 합니다.그리고 그들은 유다스가 왔을 때,돈을 써서 그를 매수하죠.또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너희는 모두 떨어져 나갈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이 한마디로써 제자들이 이 십자가의 길에서 어떤 모습을 드러낼 지를 간단명료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잡수시기 전에,'사람의 아들이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라고 말슴하십니다.
물론 이 사건의 핵심에는 예수님이 계시는 것이지만, 세상의 눈으로 보면 이 사건의 중심에는 유다인들이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수석사제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 그리고 그들의 선동에 쉽게 넘어가는 군중들, 그러한 군중의 모습을 두려워하는 빌라도.
거기서 아무런 역할도 못하던 제자들,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종합적으로 만들어낸 작품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우리는 그들 중 한 사람으로서 십자가의 길을 같이 갔습니다. 거기서 제자 역할도 하고, 우리는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 역할도 하고, 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내어준 빌라의 역할도 맡으면서 이 길을 갑니다. 또 모든 사람이 다 주님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렇게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한 베드로 사도의 역할도 우리는 잠시 맡았습니다.
십자가 사건에서 하느님의 역할
그렇지만 십자가 사건은 그런 사람들만의 역할만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거기에 등장하시는 분이 바로 하느님이십니다.예수님께서 이 잔을 거두어달라고 했을 때,이 잔을 거두시기 않으셨고,예수님께서 필요로 하실 때,하느님께서 침묵하셨습니다. 그런 하느님의 침묵. 이것이 또한 십자가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그리고 그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예수님의 역할 또한 중요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배신과 하느님의 침묵 사이에서 갈등하며 십자가의 길을 가십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한번도 자신의 십자가를 내려놓고 싶다거나, 그것을 거부하고 싶어하는모습들을 하느님 앞에서만 보였을 뿐, 한번도 우리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오늘 제2독서(필리피서 2,6-11)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얘기를 하죠. 하느님의 부르심에 그 분이 얼마나 자신을 낮추셨는지, 십자가의 죽음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인지, 얼마나 큰 하느님의 사랑의 표현인지 이런 것들을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백인대장의 고백
오늘 십자가의 길의 결론에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그분을 십자가에 못박았던 백인대장은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고 고백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보면서,그 밑에 있었던 백인대장은 "이 사람이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셨구나!"하고 고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길에서 여러 역할을 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참으로 이 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구나!" 이것이 바로 십자가 사건의 결론이죠.우리는 이제부터 다시 십자가의 길이 재연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이 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시구나!'라고 고백하고 그 역할을 당당하게 맡는 신앙으로서 살아가야겠다고 봅니다.
빛의 사람들
온갖 세상의 악들이 모여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그 분은 그러한 고난 속에서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 찬란한 빛을 보여주신 사건이 십자가의 사건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러한 분을 주님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빛의 사람들이죠. 세상의 어둠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듯이 언제까지나 우리를 고민하게 만들겠지만, 우리가 그 분을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고백한다면 그 속에서도 우리는 항상 주님의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잠시 묵상합니다.
2015년 3월 29일(주님성지수난주일) 10:30 교중미사 강론
천주교 대전교구 전민동성당 방경석 알로이시오 주임신부님
이 내용은 신부님 말씀을 필자가 재정리한 것이기에 실제 말씀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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