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괴정동성당 교중미사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2015-6-7, 10:30)

이경렬 베드로 신부님


성체성혈, 꿀 맛으로 먹을 준비가 되어있나?


대전교구 괴정동성당 성전의 모습. 2015년 6월 7일 오전 교중미사후 촬영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 대축일입니다. 우리가 매일 미사 때 모시는 성체 안에 예수님이 온전히 살아계심을 믿고 고백하고 전파하는 주일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모시는 성체 안에 진짜 예수님이 있다고 믿어요? (교중에서 작게 ~~ 네 ~~) 아침보다 많다. 한 열 명 되네요. 


브라질의 100만명(개신교)대 30만명(가톨릭)


제가 브라질에 있을 때 그런 나라에서는 가톨릭 국가가 아니라도 성체성혈대축일이 목요일인데 공휴일입니다. 우린 공휴일이 아니어서 주일로 옮겨 지내죠. 그런 날에 야외에서 미사를 하게 되면, 상파울로 주교좌 성당 광장에서 미사를 하면 신자들이 한 3만명 모입니다. 그런데 브라질에 유명한 가수 신부님이 계셔요. 청소년들이 그 신부님 가는 곳마다 구름떼처럼 보입니다. 광장이 넓잖아요. 거기 미사 봉헌하는데, 성체성혈 대축일에 그 가수 신부님이 미사를 보시면 참례하는 이들 숫자가 30만명이나 됩니다. 대단하죠? 


그런데 개신교가 있죠. 브라질에도 약 15% 정도 있는데, 그네들은 성체성혈을 맞이해서, 성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고 생각하지 않고 상징이고 의미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거기 행사를 갖는데 100만명이 모여요. 예수 그리스도가 온전히 성체 안에 살아계신다고 믿는 가톨릭 신자들은 숫자적으로 4배 이상 많지만, 참례하는 이는 기껏해야 30만명. 그런데 실제가 아니라고 믿는 이들이 모이는 건 100만명이 모여요. 그러면 도대체 가톨릭 신앙은 어디로 간 거에요? 난 이게 슬픈거야. 


어주구리'(漁走九里)


'어쭈구리'란 말이 있죠? '어주구리'(漁走九里)', 고기 어(漁), 달릴 주(走) 아홉 구(九), 마을 리(里).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호령하겠다고 했는데 겨우 9리를 걸었다는 거에요. 물고기는 물을 만나야 삽니다. 이 세상 동물은 공기를 만나야죠. 우리 신앙인들은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먹어야 사는 겁니다. 그래서 매 미사 때마다 성체를 모시는 데, 그 성체 안에 예수님이 살아계시는 걸 믿는지 안 믿는지, 오늘 이 성체성혈의 의미가 너무 커서 다 설명을 못 드려요. 그냥 결론만 말씀드릴게요. 



이경렬 베드로 신부님의 모습. 2015년 6월 7일 교중미사 끝부분 안내말씀 중 촬영


내동과 변동


요 옆 동네를 내동(內洞)이라고 하고 그 옆은 변동(邊洞)이죠? 왜 안 '내'자와 바깥 '변'자죠? 내동과 변동이 어디가 안이고 어디가 밖인 거죠? 같이 붙어 있는데? 옛날에 여기가 골짜기였어요. 집으로 치면 안채와 바깥채, 안방과 사랑방. 고을도 안골과 사랑골이 있어요. 내동은 예전의 안골이고, 변동은 사랑골이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붙어있죠. 그런데 이제는 평지가 되었어요. 예전에는 귀한 손임이 오면 사랑방에 밥을 차려주지 않고, 안채에서 같이 먹었어요. 가족같은 사람인 것이죠. 그러나 아닌 경우에는 밥을 차려줘도 사랑채에 차려주었죠. 우리 가족과 객은 다르다는 겁니다.


가족의 밥상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신부가 된 지금까지도 모범생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요. 한동안 저는 우리 작은 형님과 욕을 많이 해서 우리 큰 형님이 저와 작은 형님을 나무에도 묶어놓았잖아요? 오죽하면. 그렇게 한번 혼이 나면, 누나가 "야, 개새끼도 형제간에 안 싸운다. 밥 먹을 자격이 없어. 먹지 마!"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배고픈 시절에 그게 얼마나 치사해요. 그런데 쭈삣쭈삣 눈치만 보고 있으면, 엄마가 "애! 애네들 밥 먹여라!" 그래서 상으로 살금살금 가면, "왜 들어왓!" 그러잖아요. 그래도 밥 숟가락 들고 먹으면 밥이 맛 있겠수? 가족은 사랑을 나눌 때 가족이고, 그 가족이 한 상에서 밥을 먹을 자격이 있는 거에요. 그래서 그 사랑이 없으면 밥을 먹어도 꿀 맛이 아니라 모래를 씹는 맛이란 말입니다. 


꿀맛으로 먹을 준비


따라서 신앙인들도 물고기가 물을 만나야 살고, 사람이 공기를 만나야 살 듯이 우리 신앙인들이 그리스도를 만나야 사는 것이라면, 이 그리스도가 머무는 성체가 꿀맛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꿀맛으로 먹을 준비가 되었나? 죄를 짓고 나서 주님 앞에서 성체를 마지 못해 먹는 것이라면, 이 성체를 아무런 준비도 없이 먹는 신앙인이 이 모래를 씹으면서 살 수 있어요? 결국 우리가 습관적으로 아니면 모래를 씹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모시기에 성체 안에 예수님이 살아계신다고 믿지 않는 겁니다.



괴정동 성당 성가대. 인원이 작지만 힘차고 짜임새있는 실력이었다. 특히 화답송을 부른 소프라노 한 분의 실력은 

성악가의 수준이었고, 교중미사를 마치고 성전을 빠져나오는 미사참례자들을 위해 특송을 부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예수님이 남긴 마지막 유산


오늘 구약의 제1독서(탈출기 24,3~8)에서 보면, 짐승의 배를 갈라놓고 피를 뿌리고 그리고 불살라지는 것이 번제입니다. 그렇게 짐승을 잡아서 번제물을 올리는 것이 좋았겠지만 인간도 그럴 수가 있어요. 하느님은 예수님의 살과 피를 그냥 내놓았잖아요. 그래서 일곱 성사 중에서 제일 큰 성사가 성체성사가 되는 겁니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내놓았죠. 예수님은 자기 몸을 바쳐서 이 사랑을 우리에게 남겨준 거에요. 이 성체성사는 예수님이 남긴 마지막 유산인데, 이 유산이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과연 우리는 자녀에게 무엇을 남겨줄 수 있어요? 여러분이 말하기로는 "난 우리 자식들이 정말로 행복하기를 바래!"라고 말하면서 가끔 공개된 유서 내용을 보면 적혀있는 게 뭐가 있어요? 기껏 재산 말고? 차라리 대한민국을 위해 온 힘을 다하라고 하던가. 가정을 위해 너의 모든 것을 바쳐라 라고 하던가. 그런 말이 아니고 다 '재산'이잖아요? 그 재산이 자식을 행복하게 해줍니까? 재산이란 아무리 공정하게 분배를 해도 자식은 불만스러워하고 불목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재산)이 자식에게 주려는 것인데, 이것이 사랑이에요? 내 자식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행복하고 마지막 날의 영원한 행복을 물려주는 게 성체성사를 모시는 우리 신앙인의 자세입니다. 이번 한 주간 '내가 예수님을 어떻게 모시는지 한번 묵상하고, 예수님의 사랑의 성체성사를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생각을 하는 한주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대전교구 괴정동성당 이경렬 베드로 주임신부님

2015년 6월 7일 그리스도성체성혈대축일 10:30 교중미사 강론


당일 신부님 말씀을 받아 적고 재정리한 노트이므로 실제 말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전히 피우시는 담배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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