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26일(금) 연중 제12주간 금요일

전민동성당 금요일 저녁 7시30분 미사 강론




누군가를 도와줄 힘이 있다는 것이 바로 은총입니다.



예전에는 문둥병이라고 불리우던 게 나병이었습니다. 나병 환자는 다른 이들이 같은 공간에 있기 싫어했고, 사람 취급을 못받았으며,  눈에 띄면 몽둥이질을 받고, 돌팔매질을 받기도 십상이었어요. 그렇게 꺼려한 이유는 흉물스러운 외모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나병환자가 죄인이라는 인식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병 걸린 사람은 공동체에서 추방을 당했고, 따로이 숨어 살아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죄인이라고 경멸합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우리들 안에서도 많이 보입니다.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기사와 그 댓글들을 보면 정말 무섭습니다. 


예를 들면, 아동학대, 성추행, 갑의 횡포 같은 것들이 언론에서 이슈화되면, 거기에 따르는 댓글들은 더 무섭습니다. 죽여야 한다. 완전히 어떻게 해버려야 할까... 그렇게 실제로 돌을 던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언어)로, 말의 힘으로 사회에서 사람을 추방해버리는 겁니다. 때로는 우리가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단편만을 알고, 잘못된 기사를 보고 그렇게 하기도 합니다. 뒤늦게 그것이 아니라는 진실이 밝혀져도 그가 받은 고통과 아픔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나병환자는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여기고 사람들도 죄인으로 여기면서 나병환자는 공동체에서 추방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다가옵니다, (복음. 마태오 8,1-4)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면서 깨끗하게 해달라고 청합니다, 병이 낫게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몸의 병 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도 다 씻어달라는 겁니다. 이것은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고백하는 신앙고백과 같은 것입니다.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다가가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몸을 숨긴 것과 대조적으로 찾아서 용서를 구하고 죄를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죄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돌팔매질하지만, 예수님은 회개하는 죄인을 용서하고, 손을 대어 낫게 해주십니다, 말씀으로 나으라고 하시지 않고 거기에 손을 댑니다, 다른 이들은 바라보기 꺼려하던 흉물스러운 환자에게 손을 대고 낫게 해주십니다. 이것은 공동체 안에서 살게 해주신 겁니다. 이것이 말씀의 은총입니다, 예수님은 나병환자를 보고 측은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우리도 그렇죠? 우리에게도 측은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측은지심으로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참으로 은총입니다. 꽃동네 슬로건을 아시죠?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은총이다. 네, 그런데 누군가를 도울 힘이 았다면 더 큰 은총이죠. 우린 그렇게 누군가를 도와줄 힘이 있고, 그만큼 더 많은 은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은총을 썩여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종종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면담을 하는 경우에,제가 인간적으로 도와줄 처지가 안되는 게 답답합니다. 차라리 내가 이건회 회장이면, 국회의원이면, 대통령이면, 그러나 그렇지 못한 인간적 나약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하느님께로 향하며, 하느님만 의지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은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걸 썩혀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받은 은총으로 고통받는 이웃을 도왔으면 우릴 통해서 나병환자가 예수님의 따스한 손길을 느꼈던 것처럼 기도하고 실천하는 신앙생활하셨으면 합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2015-6-26 금요일 저녁 7:30 미사.
전민동성당 박지순 치릴로 보좌신부님 강론말씀 끝.


당일 신부님 강론을 받아적고 재정리한 노트이므로 실제 말씀과 다른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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