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8일(수) 져녁 7:30 미사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강론



미운 이를 어떻게 대하는 게 복음적인가?


예수님의 복음 말씀이 삶의 길잡이가 되어야



여러분 대전의 지하상가 아십니까? 전 어렸을 때 친구들과 갈 일이 있었는데, 지하상가를 가면 두려웠던 게 있습니다. 가다보면 돈을 빼앗는 형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지하상가 한쪽 끝은 도청이 있고, 다른 끝은 홍명상가, 대전백화점이 있었어요. 제가 길을 잘 찾아가는 편인데, 지하상가를 들어가면 길을 잃어요. 그래서 끝까지 가다 고개를 내밀어보면 홍명상가를 가려는건데 대전역까지 가는거에요, 


제가 길을 헤멘 기억은 사실 별로 없는데, 전민동에서 헤맨 적이 있습니다. 갑천 변에서 청년들과 벚꽃 구경을 하던 때였는데, 밥할 때가 되어 '먼저 갈게!' 하면서 엑스포 아파트로 접어들었는데, 여기가 어딘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길을 잃고 좀 헤매었습니다. 잠깐 헤매다가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파트 사이로 성당이 보였습니다. (아이들이 웅성거리자) 아쉬워? 더 헤맸어야해?


아파트 사이로 성당이 보이는데, 마치 동방박사가 예수님을 찾아갔잖아요? 별이 알려줬잖이요? 그 별을 만난 듯 반가웠고, 그쪽 방향으로 걸어간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길을 헤맬 때 성당이 보여서 제가 갈 길을 알려주시는구나 이렇게 날 인도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린 어딜 갈 때 네비게이션이란 좋은 도구가 있어서 길을 헤맬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삶의 여정 안에서 이 삶의 길이 바르고 옳은 길인가 헷갈리고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에게 오늘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선포하라고 하십니다. 길잃은 양들에게 하늘나라가 길잡이로 제시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우리 삶의 길잡이, 우리 삶의 네비게이션. 우리 삶의 길잡이는 예수님이고, 그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 복음, 사랑,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의 모든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떻게 이야기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상황들, 이런 상황들 속에서 네비게이션 같은 길잡이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이 없을 때, 바른 길을 찾아가는 방식이 복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복음적인가? 미운 자매님이 있는데 어떻게 대하는 게 복음적인가? 속썩이지만 사랑하는 자녀가 있는데 어떻게 하는 게 하느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모습인가? 복음적인 예수님이 삶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다보면, 물론 많은 유혹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너희는 다른 민족들에게 가지 말라. 사마리아인들 고을에도 들어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것은 다른 민족들이나 사마리아인들에게 구원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제자들에게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하신 말씀입니다. 헛된 신앙과 믿음과 미련에 빠지지 말라는 말씀인 겁니다. 오늘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면서 삶의 길잡이로 복음적 삶을 살아가며 그 과정에 만나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며 오늘 미사 봉헌했으면 좋겠습니다. 


2015-7-8 (수) 저녁 7시30분 미사.
전민동성당 박지순 치릴로 보좌신부님 강론말씀 끝.


당일 신부님 말씀을 받아 적고 재정리한 노트이므로 실제 말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마태오 10,1-7) 그때에 1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게 하셨다. 2 열두 사도의 이름은 이러하다. 베드로라고 하는 시몬을 비롯하여 그의 동생 안드레아,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 3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 토마스와 세리 마태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타대오, 4 열혈당원 시몬, 그리고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5 예수님께서 이 열두 사람을 보내시며 이렇게 분부하셨다. “다른 민족들에게 가는 길로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들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마라. 6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 7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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