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24(금) 저녁 7시30분 미사

연중 제16주간 금요일 강론



신앙생활이란 맛있는 잔치에 초대받은 것 



오소서 성령님 (교중. 새로 나게 하소서)

오늘 (박지순 치릴로) 보좌신부님이 나오길 기대했겠지만, 실망스럽게도 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 금요일 저녁미사는통상 보좌신부님이 집전함) (주임신부님 말씀에 교중에서 큰 목소리로) 아니에요~~


접대성 멘트! 여러분은 생각하시겠죠. 도대체 왜 바뀌었을까? 여러분 대전교구 대전북부 지구장이 누굴까요? 제가 지구장 신부입니다. 저희 지구(11개 본당)에서 여름을 보내면 예비신학생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누가 얘기 했을까요? 제가 했습니다. (ㅎㅎ) 그리고 바로 그 예비신학생의 밤 행사가 오늘입니다. 덕명동 성당이 좋아요. 우리가 자주 가는 수통골 바로 옆에 있는데, 경치도 좋고 떠들어도 뭐라 하는 사람 없고 고기를 구워도 옆집으로 가지 않고, 거기서 2시부터 예비신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금쯤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을 겁니다. 거기서 보좌신부님은 맛있게 먹고 있는데, 저는 미사를 드리고 있으니 이거 누가 보좌인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유성본당에서 나온 덕명동 성당은 2014-6-21 기공식을 가졌고, 2015-3-8, 마무리 건설단계에 있던 새 성전 1층 강당(임시성전)에서 교우 330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미사가 열렸다. 사진은 2015-5-9 대전덕명동성당에서 열린 성모의밤 축하음악회 장면


그런데 마흔 한명이 왔어요. 중고등학생 예비신학생들 너무너무 이뻐요. 나도 저만한 때가 있었는데, 그런데 나는 왜 사제가 되었을까? 아마 그런때 영향을 받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중고등학생을 위한 일들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저도 빨리 가서 삼겹살 한조각이라도 먹을 희망이 부풀어서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말씀(마태오 13,18-23)에서는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복음말씀 앞에 그 비유가 나옵니다. (마태오 13,1-9) 요 앞에 비유가 나옵니다, 어떤 씨는 길에 떨어졌는데 새가 쪼아먹고, 돌밭에 떨어졌는데 뿌리를 못내려서 말라죽죠. 가시덤불에 떨어진 것은 덩불이 덮어서 숨이 막혀서 죽었습니다. 또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많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들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 어떤 것들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들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마태 13,3-8)



그리고 나서 예수님이 설명을 하죠. '돌밭이란 이런 것이다. 가시덤불이란 이런 것이다.' 그런데 씨는 말씀이라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 해보았습니다. 말씀이 우리 안에 들어와서 열매를 맺느냐? 못 맺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말씀 자체가 하자가 있어서 우리가 믿는 신앙이 불량품이라서 우리 안에 열매를 못맺는 경우보다는, 오늘 말씀처럼 내 마음의 밭이 어떤 상태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뒷뜰에 자두나무 하나 앵두나무 감나무, 그리고 밤나무도 있었습니다. 시골에 사셨던 분들이라면 아실만한 얘기죠. 학교에서 돌아오면 첫 번째로 들리는 곳이 자두나무입니다. 맨날 한 두 개씩 익거든요. 그런데 이게 동네 다른 애들이 우리 담 안에 있는 것인데도 따먹으려고 노려봅니다. 그래서 맨먼저 가서 인사하죠. "잘 있냐?" 그런데 하루만 더 기다리면 없어집니다. 그래서 노랏노릇할 때, 완전 십니다. 덜 익으면 시어요. 떨어지면 쓰고요. 그래서 신자들이 혹시 자두 사오면 제가 물어봐요. 


"시죠?" 

그러면 "신부님 안 신데요." 

"실거같아." 

"안 시다니끼요." 


제 머리속에는 벌써 자두는 시다고 박혀있어요. 그런데 먹어보면 달아요, 달지만 씨가 있어서 귀찮아요. 이것은 하느님 말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에요. '뭐할거 같다. 신앙생활하면 불편할 거 같다!' 오늘 제1독서 탈출기 20,1-17에서 십계명에 대한 말씀을 하시면서, (뭐뭐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죠. 어제 제가 어떤 분 만났는데, 올해 세례받으셨다는 분이신데, 자신이 정년퇴임을 하면 그때는 세례를 받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에요. 그 전까지는 자기 삶을 살다가.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해요. 


'세례를 받으면 어떨 거 같다. (자두처럼) 실거 같다.' 그건 그때 그 맛을 제대로 못느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예비신학생의 밤 같은 걸 하면서 아이들이 그 안에서 삼겹살을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다면 이것이 성소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그날 삼겹살 잊을 수가 없어. 그러니까 맛을 제대로 보았을 때 우린 그 맛에 제대로 빠질 수 있습니다. 성경을, 신앙을, 그 말씀에 정확히 맛을 느끼지 못할 때 항상 덜익은 자두처럼, 그리고 자두 생각하면 시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그래서 '그거 말고 다른거 주세요' 하죠. 과일가게 가면 자두도 한박스씩 팔아요. '도대체 그걸 누가 먹나?'하고 잘못된 생각을 하죠. 그런데 어느날 그 맛에 빠지면 박스로 사다 먹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미사를 드리고 신앙생활하는 것은 너무너무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은 잔치에 여러분이 초대받은 겁니다. 여러분이 수박 겉핥기로 껍데기만 먹고, 수박 맛이 아니라 호박으로 느낀다면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고 그냥 가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씀은 우리 안에 좋은 씨안을 뿌려주신 그 씨앗을 잘 간직하고 잘 키워서 좋은 열매를 맺을 때까지 노력하면, 그 씨앗이 주는 열매의 맛에 푹 빠져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그 때 하느님과 하느님 나라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5-7-24 (금) 저녁 7시30분 미사.
전민동성당 방경석 알로이시오 주임신부님 강론말씀 끝.


당일 신부님 말씀을 받아 적고 재정리한 노트이므로 실제 말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Posted by 편집장 슈렉요한
,